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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DC 사무실 앞에서 만난 추흥식 전 세계은행 최고투자고문(CIA·67·사진)의 얼굴은 시원섭섭해 보였다.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외화자산 운용 전문가로 일한 그는 지난달 27일 43년에 걸친 투자 업무를 마치고 은퇴했다. “드디어 어깨가 가벼워졌다”며 웃었다.
추 전 고문은 한국 외환보유액 운용의 산증인이다. 한국은행에서 32년, 한국투자공사(KIC)에서 3년 일했고 이후 세계은행에 8년8개월 몸담았다. 경력의 90% 이상을 ‘외화자금 운용업무’에 바쳤다. “1982년 한국은행에 들어갈 때는 통화정책을 하고 싶 장외기업 었는데 외화자금과에 발령 난 것이 지금까지 이어졌습니다.”
당시 한은의 운용자금은 10억달러에 불과했다. 미국 달러와 예치금, 미 국채를 사는 게 전부이던 외화자금과는 ‘변방 부서’였다. 그는 “10년 정도 지나서는 아예 여기서 승부를 보자고 생각했다”며 “파이를 키우면 나는 저절로 올라간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우리나라 성장과 개인의 성장이 햇살론 조건 맞아떨어졌다”고 했다. 외화자금과는 2011년 직원 100여 명을 거느린 외자운용원으로 독립했다. 추 전 고문이 첫 원장을 맡았다.
이후 KIC에서 투자운용본부장(CIO)을 거친 추 전 고문은 1000억달러가량을 굴리는 세계은행 투자운용국장 공모에 지원해 뽑혔다. 그는 “우리 발전 과정을 다른 나라 중앙은행과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 주택담보대출 중도상환수수료 해 세계은행에 합류했다”고 했다. 투자운용국장으로 4년간 일한 뒤엔 최고투자고문으로 4년6개월 동안 각국 중앙은행과 연기금 등에 공공부문 외환보유액 투자 방법을 조언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추 전 고문이 가장 공들인 것은 다양한 자산 배분이었다. 그는 “미 국채 등 안전자산 중심이던 투자 대상을 회사채, 신흥국 채권, 파생상품 등으로 많이 할부이자 넓혔다”고 자평했다. 무조건 미 국채만 사던 개발도상국 중앙은행 등에 다양한 포트폴리오 투자의 중요성을 알린 것도 큰 보람이었다고 회고했다.
추 전 고문은 “한동안 주식이 채권에 비해 수익률이 좋아서 시장에서 채권 투자를 경시하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지금은 다르다”며 “채권 투자의 (포트폴리오) 다변화 효과가 예전보다 중요해져 채권시장을 다 미국회사채금리 시 보자는 기류가 강해졌다”고 했다. 채권 가격 상승(채권 금리 인하)을 기대할 여지가 있고, 채권과 주식이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포트폴리오 구성에서 채권이 다시 비중 있는 역할을 맡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했다. 다시 채권 투자의 시대가 온다는 것이다.
그는 국민연금, KIC, 한은 등 국내 기관투자가의 자산 운용 성과에 대해선 “절대 2류가 아니다”며 “한은은 세계 중앙은행 중 운용 잘하는 걸로 따지면 톱5에 든다”고 말했다. 추 전 고문은 자산운용업계의 성과를 공유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또 젊은 사람들에게 세계은행 같은 곳에서 일하는 경험에 대한 멘토링을 하는 것도 목표로 꼽았다. 그는 “우리나라가 잘되고 국력이 강해져야 밖에 있는 한국인의 입지도 탄탄해진다”며 “더 많은 한국인이 국제기구에서 역량을 발휘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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